일반적으로 여권의 유효 기간이란 것은 정말 그 기간 내에 쓸 수 있다! 라고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국가들이 만료 기간이 얼마만큼 남아야 입국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딱히 그런 제한이 있다는 소문은 없고, 실제로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에서도 아래와 같이 여권 잔여 만료 기간으로 입국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답변을 걸어두고 있죠.
출처 : http://www.kr.emb-japan.go.jp/visa/visa_QnA.html
과연 일본 입국 시 여권 잔여 만료 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말은 정말일까?
그래서 직접 테스트해 봤습니다.
도전!
여권 만료 당일 귀국 일정으로 일본 입국하기
[입출국 진행]
인천 국제공항 출국 – 항공사 직원의 출국 거부
사실 입국이 모든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입국이 허가되면 만사가 해결되는 셈이니…
그런데 역시나 유효 기간에 여유가 있을 때처럼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공항 가서 출국 수속할 때부터 삐끄덕거리더군요.
인천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이 ‘일본은 최소 2주 이상의 여권 유효 기간이 남아 있어야 입국이 가능하다’라며 공항 내 외교부 출장소에서 새 긴급 여권을 발급받도록 유도했습니다. 뭐 직원이 불가능하다면서 탑승을 거부하는데 어쩔 수 없지 해서 외교부 쪽으로 갔는데…
…하필이면 그 날은 크리스마스. 창구가 닫혀 있네요.
닫혀 있는 창구 앞에 뭐 여권 관련해서 긴급한 용무가 있으신 분은 전화하라는 번호가 있어 전화해봤지만, 휴일의 비상 발급은 정말 긴급한 용무가 있는 게 아닌 단순 여행객은 불가능하다며 거부당했습니다.
뭐 어쩝니까. 어떻게든 가야죠. 그래서 항공사 수속처로 가서 위와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여권 잔여 유효 기간에 대해 딱히 제한하지 않고 있고, 여권 유효 기간 내에 입국하고 출국하면 된다고 쓰여 있었다”
라고 말했더니 항공사 측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 가능 여부에 대해 문의를 하는 등 후속으로 뭔가를 하더군요. 물론 나리타 측에서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적혀있던 대로 OK 사인이 돌아왔습니다.
인천 국제공항 출국 – 책임 면제 서약서 작성
여기서 탑승 수속에 들어가기 전 항공사 측에서 동의서를 요구했는데, 그 동의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즉 여권 만료일 당일 출국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서 항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라는 내용의, 말하자면 책임 면제 서약서죠. 뭐 처음부터 이런 걸 받을 거라 예상했기에 바로 적었습니다.
적는 도중에 예를 들어서 항공사 책임이 면제되고 면제되지 않고의 기준이나 예는 어떤 게 있느냐 물어보니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더군요.
- 불의의 사고나 항공사의 과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지연, 결항의 경우, 본래 항공사에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항공사 책임
(결항으로 인한 항공권 환불, 숙식 제공 등) - 다만 그러한 지연, 결항으로 인해 여권 유효 기간 만료자에게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는 항공사 책임 없음
(결항 때문에 며칠 더 체류하는 도중 여권이 만료되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것 또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등, 여권에 남은 기간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모든 문제)
뭐… 들어보면 좀 당연한 것 같죠? 근데 서약서를 주는 걸 보면 뭐 이런 걸로 또 클레임도 들어오고 하는 경우가 있긴 하는 듯합니다.
여담으로 항공사 직원이 그래도 출국일을 여권 만료일 전날로 하루 빠르게 하는 걸 추천한다더군요. 근데 그런 예약 변경도 당연히 항공사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예약 변경 수수료가 들기에 사양했습니다.
그렇게 한국 출국 수속을 마치고…
무사히 나리타 행 비행기가 떴습니다.
나리타 국제공항 입국
그리고 나리타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거칩니다.
그래도 여권 유효 기간이 기간이다 보니 다른 누가 여권 만료 당일에 귀국할 생각을 할까요 질문같은 거라도 몇몇 받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심사랄 것도 없이 여권 찍고 얼굴 대조하더니 바로 통과시키더군요?
사실 기껏 현지까지 날아가고 나서 입국이 거부되면 비행기 타기 전 거부와는 비교도 안 되게 골치아프기에 나름 걱정하고 있었는데 기우였나 봅니다.
※ 다만 이런 입국 심사 프리패스가 모두에게 적용될지에 대해 고려할 점이 있는데
- 출국 전 항공사와 공항의 상호 연락 때, 제 정보를 공항에서 사전 확인했을 가능성
- 이전에 일본에서 1년 간 워킹홀리데이로 문제 없이 체류했던 경험이 참작되었을 가능성
이로 인해 심사 과정이 없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뭔가 물어봐도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안 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입국시 일반인이 받는 질문에는 보통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으시면 ‘일본 전국 배낭여행 총결산‘ 게시글의
[일본 장기 배낭여행 팁] > ‘▪입국 심사에 대비해, 최소 여행 초기 1주 계획 정도는 자세히 짜 두기’
부분을 확인하셔도 됩니다)
나리타 국제공항 출국, 인천 국제공항 입국
약 1주일 간 칸토 지방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여권 만료일인 12월 31일 저녁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특별한 지연이나 결항 없이 잘 떴죠.
이륙 시간 12월 31일 20시, 여권 기간 만료 4시간 전에 일본 출국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한국 입국…
…인데 다 완전히 끝났을 줄 알았더니만 여기서 사소한 문제가 하나 더 발생했습니다. 출국 때는 자동 출입국 심사로 그냥 바로 출국이 됐는데, 입국할 때가 되니 자동 출입국 심사 대상자가 아니라는 에러가 뜨면서 일반 심사대로 보내더군요. 아마 유효 기간 만료가 너무 가까워지면 자동 출입국 대상자에서 제외가 되는 모양입니다.
당연히 당시 입국 시각 오후 약 10시 30분 정도로, 저는 여권상으로도 ‘아직은’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물론 1시간 반 정도 더 지났다면 문제가 생겼겠지만) 일반 심사대에서도 광속 통과했습니다.
심사관이 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냐고 묻긴 하더군요(..)
[결론]
여권의 만료일과 (위), 당당하게(?) 찍혀 있는 만료일자의 귀국 도장 (아래)
결론만 말하면,
- 일본은 실제로 여권 유효 기간 만료 직전까지 체류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넘기지만 않도록 귀국편 표가 있으면 법적으로는 입국에 문제가 없으며
- 오히려 실제로는 일본으로의 입국보단 국내에서 출국이 더 귀찮은 일이 많은 느낌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전 죽지야 않을 테니 도전해보자 하는 차원에서 (…사실은 새로 발급받는 돈이 아까워서…) 해 봤지만, 실제로는 (만료까지 대략 1~2주도 안 남은 여권 등) 굳이 여권 기간 만료일에 딱 맞춰서 여행 일정을 잡는 일은 없는 편이 좋겠죠.
최종적인 입출국에 문제가 없더라도 앞에서 서술했듯 이런저런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고, 만에 하나 심사관 재량에 따른 입국 거부 복병이나 귀국편 결항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더 복잡해지는 측면이 있으니 말입니다.
ㅎㅎㅎ 멋지십니다.
저도 힘을 얻어서 5월 만료인데, 다음주 출국합니다
귀한 정보 감사해요
5월이면 뭐 그냥 널널하시네요 b
여권 6개월 제한 국가들이 많기는 한데, 일본의 경우 한국인은 한 달도 안 남은 거 아니면 걱정거리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뭐 심지어 한 달 이하더라도 (본문처럼) 가능하니… 🙂
일본 가려고 하는데 만료일 3개월 남아서 불안해서 검색하다 들렀는데, 많은 위로를 받고 갑니다.ㅋㅋㅋ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아직 여유 많으시네요 b
이 글을 보셨으니 이제 만료일 고민 걱정은 싹 덜어두시고 즐거운 여행 되세요(?)
대단하십니다. 사실 저도 이번달 31일이 만료일인데 13일날 나고야로 출국합니다. 3박 4일 일정인데 불안하던터에 이 글을 봐서 마음이 조금 편하네요. 잘다녀오겠습니다.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하실 듯합니다. 무사히 다녀오세요 😀
지금 생각해보면 만료 당일 출국은 역시 조금 무모했었네요. 행정적/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혹시 비행 상황에 문제가 생겨 회항하는 경우엔 답이 없었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