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여행 총 결산 : blog.nadekon.net/82)
[개요]
본 여행은 2017년 9월 25일 ~ 10월 4일의 무려 10일 간, 일본의 츄고쿠 지방 (中国地方) ~ 킨키 지방 (近畿地方, 간사이) 의 상당히 넓은 지역을 다닌 여행입니다. 이번 글은 그 중 10월 4일, 드디어 마지막 날의 미에 현 (三重県) 쿠마노 시 (熊野市) 및 덤으로 키타무로 군 (北牟婁郡) 에서의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쿠마노 시에도 관광을 할 만한 곳이 있긴 한데 관광지라고 하기엔 꽤나 부족한 모습이고, 또 교통의 문제도 있어 렌트카 같은 자가용 없이 가는 건 그다지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닙니다.
근데 그런 수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이 쿠마노 시까지 간 이유는 이곳이 애니메이션 『잔잔한 내일로부터』 (凪のあすから) 의 성지인데, 마침 나름 가까운 이세 시까지 왔기에 이 기회에 들러보자… 라는 것이었죠.
다만 상술했던 대로 이 근처 대중교통의 배차 간격은 극악을 달리기 때문에, 이세 시에서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출발하는 등 상당히 고역적이면서 완벽한 시간 분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성지 한 곳이 빠져버렸습니다.
뭐 뚜벅뚜벅 정말 할 만큼은 했기에 후회는 없네요.
키타무로 군은 작중 조선소가 위치한 곳의 성지인데, 쿠마노 시의 성지들에 비하면 시내에 가깝긴 하지만 교통이 그리 좋지 못한 건 변함없더군요.
그럼 고난의 성지순례기(?)를 시작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여행]
이세시 역 (伊勢市駅) -> 아타시카 역 (新鹿駅)
우선 이세 시에서 새벽 일찍 일어나 퇴실하고 근처에 있는 역인 후타미노우라 역 (二見浦駅)이 아닌, 도보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인 이세시 역 (伊勢市駅) 까지 걸어갑니다.
숙소 위치 근처 역은 이세시 역과는 다르게 첫차가 좀 늦어서, 만약 여기 첫차를 타고 쿠마노 시까지 갔다가는 순례를 반도 못 하고 끝날 위기 아닌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벽 4시에 퇴실해서 (물론 카운터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기에 전날에 조기퇴실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약 1시간 반 정도를 걷게 됩니다.
숙소 주위는 깡촌이라 말 그대로 어두컴컴합니다. 가끔가다 보이는 이런 빛이 정말 반가웠네요.
이세시 역 도착! 가방은 짐이 될 뿐이기에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이세시 역 코인락커를 이용합니다.
아타시카 역까지의 표.
IC 카드를 안 쓴 게 목적지 역인 아타시카 역이 무인역이라 그런가 할 수 있지만, 이 근처 JR은 무인 여부에 관계 없이 애초에 IC 카드 미지원이더군요.
타키 역 (多気駅) 에서 내려 미에 현의 해안가행 열차를 기다립니다.
성지순례 파트 1 – 아타시카 역 (新鹿駅) 근방
그렇게 도착하고 나서 잔잔한 내일로부터 성지 찾아 삼만리를 단행합니다.
※ 성지 사진 아래의 ‘펼치기’를 누르면 해당 성지에 맞는 작품 스크린샷이 나옵니다.
“여기는 해발 10m입니다.”
“여기는 해발 8.3m입니다.”
….?
뭔가 이거… 작품 속 배경에 나오는 짓다 만 듯한 바다 위의 기둥들과 비슷하죠..?
성지순례 파트 2 – 하다스 역 (波田須駅) 근방
이후 타고 왔던 열차의 다음 열차 (죽음의 배차간격으로 인해 다음 열차가 약 2시간 후죠)를 타고 아타시카 역 -> 하다스 역으로 갑니다. 그 후 급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성지가…
텐뇨자 (天女座) 카페 간판. 보면 바로 알겠지만 당연하게도 성지입니다.
위 사진이 무슨 말이냐면, 해발 10m 정도의 위치 (하다스 역)에서부터 100m 가까이 되는 카페까지 (제 기억상) 약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오르게 되는 엄청난 경사란 겁니다.
보아하니 주말에만 여는 듯하더군요. 그럴 줄 알았으면 일정 조정을 해 보는 거였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
참고로 텐뇨자 카페 안쪽에는 바다는 당연히 보이고, 성지순례자를 위한 여러 잔잔한 내일로부터 그림이라거나 굿즈 등이 배치되어 있다는 듯합니다.
다음 열차 시간까지 꽤 남았기에 그냥 그 근처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성지순례 파트 3 – 키타무로 군 (키류 조선)
다음 열차가 온 관계로, 하다스 역에서 키이나가시마 역 (紀伊長島駅) 까지 이동한 후 하차합니다. 다만 성지가 역 근처에서 좀 떨어져 있으므로, 성지인 키류 조선 (きりゅう造船) (구: 나가시마 조선 (長島造船). 당시 구글맵엔 이 이름이었는데 2019년 들어 확인해보니 바뀌었더군요) 까지는 약간 더 걸어야 합니다.
이후 안쪽을 촬영하는데, 이 조선소는 실제로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보니 관계자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실제 돌아가는 작업장인 만큼 그냥 말 없이 들어가는 건 약간 곤란한데, 아무한테나 말 걸어서 안쪽 사진만 잠깐 찍어도 되냐 물어보니 애니 얘기인 줄 단번에 알아차리시고(..) 성지가 저리로 들어가면 있고, 저기 건널목도 찍고 가면 될 거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시더군요 ㄷ
바로 위쪽 작품 스크린샷 속의 ‘선 (船)’ 디자인과 흡사한 걸 볼 수 있습니다.
나가시마 보도터널 (長島歩道トンネル).
이런 긴 터널을 통과해서 역과 조선소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죠
이세시 역 근처 식당에서 세트를 시키고 배터지게 먹은 후, 바로 음식점 앞에서 대기 중이던 야행 버스에 올라타서 도쿄로 돌아오게 됩니다.
[마치며]
대략적인 여정 경로입니다. 저기 조선소 성지 부근만 혼자 뚝 떨어져 있네요 🙁
본 게시글에 등장한 아타시카 역 근방의 성지 위치입니다.
다만 일부 성지는 주택가가 포함되어 지도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본 게시글의 하다스 역 위치와 근방 성지 위치입니다.
가운데 텐뇨자 카페도 보입니다.
본 게시글 키이나가시마 역 위치와 근방 성지 위치입니다.
바로 위 (키이나가시마 역 근방 지도)의 확대 버전입니다.
구글맵에는 없는데, 화살표 선 모양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지름길 보도 터널이 있습니다.
(위 내용 중 언급된 ‘나가시마 보도터널’)
이번 여정은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었군요. 철도가 있긴 한데 열차가 말 그대로 ‘하루에 몇 번’ 수준으로 다니다 보니 순례 사전 계획을 하는데 시간 때문에 꽤나 골치아팠습니다. 실제로 쿠마노 역 근방에 있는 성지 하나 (물론 딱 하나일 뿐이라 빼도 좋겠다 판단한 점도 있지만) 를 들르지 못했기도 하고요.
그래도 자가용 없이 이 작품을 순례한 것 치고는 상당히 선방한 결과라 보고 있습니다. 하루 몇 번 다니는 열차 타고 저렇게 흩어져 있는 성지 대부분을 순례한 게 어디랴…
이 여정을 끝으로 길고 길었던 10일간의 츄고쿠 ~ 킨키 지방 여행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후우… 이렇게 10일 연속으로 다니다 보니 다리가 아픈 것도 문제더군요. 하지만 어떻게 다행히 잘 버텨내고 순례까지 피날레로 장식했으니 꽤나 만족할 만한 여행이었다 자평합니다.
잔잔한 내일로부터를 너무 감명깊게 봐서 꼭 가고 싶었던 곳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국내에서 다녀오신 분이 계신 줄은 이제 알았네요..ㅠㅠ 늦게나마 여행 계획에 앞서 많은 참고가 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 이렇게 잘 정리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재미있었죠 b
이제 그것도 벌써 5년이 넘어가네요 🙁
가실 때는 오사카에서 바로 갔다오기 힘든 만큼, 근처의 신구 시 (新宮市)나 나치카츠우라 정 (那智勝浦町) 쪽에 아예 하루 숙박을 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번 여름에 나치카츠우라에 있는 쿠마노나치대사 (熊野那智大社) 에 들렀는데 은근히 볼 거리가 있더라고요.
오사카 근처 여행 일정에서 이틀을 빼서 첫 날은 신구 시 + 나치카츠우라 정 관광, 둘째 날에 아침부터 빠르게 성지순례 후 오사카로 바로 돌아가거나 이세 시 쪽으로 넘어가면 되겠죠.
참 위에 미우나 놀던 곳 사진 위치는 아타시카 지도에 없는데, 위에 ‘또다른 다리’라고 언급한 그 다리에서 북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또 전 시간 관계상 못 들른 ‘오니가죠’ 도 좀 떨어져 있지만 경치 좋은 성지인 만큼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지금 확인해보니 주요 성지 중 하나인 조선소 이름이 ‘나가시마 조선’에서 지금은 ‘키류 조선’으로 바뀌어 있네요.
원래 나가시마 조선으로 구글에 검색하면 위치가 나왔는데 이제 안 나오는 관계로 해당 성지 위치를 게시글에 업데이트 해 뒀습니다. 참고해주세요 🙂
앗! 친절한 코멘트 너무 감사합니다.! 올해 가을 즈음에 가볼 계획인데, 역시 구글 맵 같은 데에 미리미리 장소를 세팅해두고 가는 편이 좋겠죠?
그렇겠죠. 장소 뿐만 아니라 시간 계획도 확실히 세워두시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본문 언급처럼 열차가 하루 몇 대 수준으로 다니는 만큼 (현재는 상하행 각각 하루 10~11대씩이네요) 편도 방향으론 한 번 놓치면 1~3시간인지라 (…)
한쪽으로만 가지 않고 지그재그로 다니면 시간절약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위 순례지나 ‘오니가죠’ 외에도 사실 순례지로 지목되는 곳들이 좀 더 있긴 한데, 대부분 제가 보기엔 어디에나 있을 만한, 딱히 비슷하다 보기 힘든 곳들이어서 제외했습니다. 일단 본 글의 장소들로 시간 계획을 세워보고 여유가 있다 하면 일본쪽 여러 블로그 순례정보를 참고하셔서 그런 곳도 대상에 넣어보세요.
알찬 순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