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여행 총 결산 : blog.nadekon.net/82)
본 여행은 2017년 8월 18~19일 사이에 일본의 코신 지방 (甲信地方) 으로 가볍게 다녀온 여행이며, 본 글은 그 중 첫 번째 지역인 나가노 현 (長野県) 스와 시 (諏訪市) 에서의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와 시는 그 유명한 스와 대사 (諏訪大社) 가 있는 곳으로, 보통 스와 시에 들르는 사람들은 이곳을 순례하러 들른다곤 하지만 제 경우엔 그게 안 됐습니다. 일정 상 스와 대사를 전부 돌아보려면 차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반나절 ~ 하루를 거의 통째로 쓸 각오로 가야 하는데 전 스와 시 전체에 하루 좀 넘는 시간밖에 할당해두지 못했기 때문에…
스와 시내에선 키리가미네 고원. 타테이시 공원, 스와 호, 타카시마 성 등을 들렀습니다.
이 중 스와 호는 또한 TV 애니메이션 ‘극흑의 브륜힐데’ 『極黒のブリュンヒルデ』 의 성지 중 하나로, 스와 시 호반공원에 몇몇 성지가 분포해 있습니다. 또한 이름에서 연상될 수 있겠지만 ‘동방프로젝트’ 『東方Project』 의 스와코 (諏訪子)의 이름이 이 호수의 이름을 따 왔으며 (諏訪湖: 스와코), 이에 따라 스와 대사가 성지 중 하나로 포함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널리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게 이 스와 호를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의 성지로 보기는 힘듭니다. 이에 대해선 약간 글 주제와는 다른 얘기가 되니 그 이유는 아래에 접어 두겠습니다.
스와 호는 너의 이름은。의 성지가 아니다?
스와 호가 너의 이름은。의 성지가 아닌 이유로는
- 우선 신카이 마코토 감독부터가 “코우미 정 고원미술관 근처의 마츠바라 호 (松原湖)나 오츠키 호 (大月湖)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가공의 호수” [해당 트위터 링크] 라고 한 점
- 실제로 스와 호는 운석으로 인해 생긴 호수가 아니므로 원형이 아니기에, 특정 위치 (타테이시 공원)에서만 둥글게 보이는 점
- 작중 모델을 삼았다고 할 만한 다른 장소 (즉 성지)가 스와 호 근방에는 전혀 없는 점
- 작중 이토모리 정 (糸守町)에 사는 인물들이 나가노 현 스와 시와는 전혀 동떨어진 기후 현 (岐阜県) 히다 시 (飛騨市) 지방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점
정도가 있겠네요. 실제로 스와 호를 너의 이름은。 성지로 삼는 근거에는 단지 ‘타테이시 공원에서 본 호수의 모양이 둥글어서 왠지 비슷하게 보인다’ 단 하나 뿐인데 반해 다른 모든 정황들은 이를 부정하므로 확실히 뭔가 불충분한 감이 있죠.
아마 최초로 해당 구도에서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성지를 주장했던 사람의 말이 와전되어 퍼진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카이 감독이 첨언한 대로 작화 과정에서 그 개개인의 참고가 있었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테이시 공원에서 스와 호를 바라보는 풍경은 꽤 볼만하므로, 성지 여부와는 상관 없이 가 볼 만하다고 봅니다.
[사진으로 보는 여행]
키리가미네 고원 (霧ヶ峰高原)
무쇼 탑 (霧鐘塔) 근방
역시나 이번에도 우리의 바스타신주쿠 (신주쿠 버스터미널) 에서 출발
카미스와 역에서 버스를 타면 키리가미네 고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정류장 앞에 무슨 비석이 있더군요. 위 사진에도 보이지만…
고원 진입점 부근에 휴게소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저 건물 말고도 사진 찍는 방면 바로 반대쪽에 키리가미네 비너스 (霧ヶ峰ビーナス)란 곳도 있고요.
점심은 비너스에서 먹었습니다.
휴게소에서 구름 구경. 덤으로 고원이라 그런지 바람이 상당히 많이 부는 곳입니다.
휴게소 바로 길 건너편, 무쇼 탑 (霧鐘塔) 으로 가는 길
무쇼 탑 (霧鐘塔) 도착!
저기 지금 누군가 줄을 당기고 있는데, 당기면 종이 울립니다.
무쇼 탑 ~ 쿠루마 산 (車山) 도행
다음은 휴게소 근처에서 쿠루마야마카타 주차장 부근까지 걷습니다.
근데 걷는 내내 그 넓은 곳에서 사람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아서 뭐랄까 내내 오묘한 기분이었네요. 잠시나마 세상에 나 혼자 존재하는 기분(?)
휴게소에서 쿠루마 산까지 저런 식으로 외길이 쭉 나 있습니다.
주변 영상
타테이시 공원 – 스와 호 전경
숙소에 체크인하고 타테이시 공원 (立石公園)으로 올라왔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생각 외로 무시 못할 경사더군요.
뭐 일단 전경을 보긴 봤는데, 이날 스와 호 공원 근처에서 소소하게 불꽃놀이가 있다더군요. 엄청나게 거창한 건 아니고 비교적 작은 규모로 짧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려가지 않고 이대로 기다렸습니다.
사실 스와 호에서 하는 불꽃놀이만 해도 몇 개씩 되는데, 그 중 이번에 본 불꽃놀이는 ‘스와 호 서머나이트 불꽃놀이’ (諏訪湖サマーナイト花火) 라고 한여름 내내 매일매일 밤에 짧게 15분씩 쏘아올리는 불꽃놀이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역시 호수 전체를 배경으로 잡으면 너무 크기에 줌을 당겨봤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문득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는데…
옆에서 보면 납작할 것이다 어쩐다로 논쟁을 했었죠. 뭐 어떻게 보든 다를 게 있나 싶지만 o.O
짧은 불꽃놀이가 모두 끝나고, 타테이시 공원의 전망대 비스무리한 곳입니다.
근데 타테이시 공원 근처의 길들은 가로등이 거의 전무해서, 내려올 때 앞이 안 보이는 곳도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가로등이 있는 길도 인적도 거의 없고…
스와 시 – 스와 시 호반공원, 타카시마 성, 성지순례
다음날입니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다 몇몇 숙박객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한 분은 스와 신사를 간다던데 상술했듯 전 시간이 촉박했기에 패스…
이게 처음부터 숙소를 위해 만들어진 집이 아니라, 방이 남아도는 실제 가정 주택의 남아도는 방을 영업용 숙소로 내놓고 있는 집이더군요. 근데 이게 일반 서양식 주택이 아니라 말하자면 전통 가옥에 가까운 형태였습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싼 가격으로 일본식 주택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샤워실도 외부에 (물론 주택 울타리 안쪽) 격리되어 있었고 문 같은 것도 사진 오른쪽 부분을 보다시피…
스와 시 호반공원 (諏訪市湖畔公園)
그리고 퇴실해서 스와 시 호반공원으로 갑니다.
공원 도착!
이 공원이 극흑의 브륜힐데의 5~6화에 걸친 전투가 있었던 그 공원입니다.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간단히 성지 샷을 해당 사진들 아래에…
※ 이제부터 사진 아래 ‘펼치기’를 누르면 해당 성지에 맞는 스크린샷이 나옵니다.
타카시마 성 (高島城)
공원 구석에 저렇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성 건축물이 있습니다.
들어가 보았네요.
반대쪽은 후지산이 보인다기에 살펴봤는데, 구름이 문제인지 눈으로도 카메라로도 전혀 안 보이네요 🙁
스와 시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시간이 얼마 없어 시급히 다음 여행지로 향합니다.
…라고는 했지만 열차 배차 간격이 1시간 뭐 이러니 다음 열차가 막 1시간 뒤…
마음만 급하고 정작 몸은 여유롭게 밥이나 먹고 있었죠.
이 여정에선 스와 신사를 못 들러서 약간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사실 여기 스와 쪽은 계획부터 급하게 짜게 된 감이 있는데, 바로 다음 목적지에서 벌어지는 해바라기 페스티벌의 기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기 때문이죠.
즉 이 바로 다음 여정이 실질적으로 이번 코신 지방으로의 여정을 계획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